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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 vs ESR: 염증지표의 차이, 해석 원리, 임상적 활용

혈액검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염증 지표는 CRP와 ESR이다. 두 검사는 모두 염증의 존재와 정도를 파악하는 데 활용되지만, 상승 원리·반응 속도·특이도·해석 방식이 서로 다르다. 임상에서는 두 검사를 병행하여 급성 염증인지, 만성 염증인지, 혹은 비염증성 요인이 섞여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번 글에서는 CRP와 ESR의 기전적 차이, 상승 패턴, 질환별 특징, 검체 오류와 임상병리적 변수까지 세밀하게 분석하여 전문가 수준의 해석 가이드를 제공한다.


1) CRP와 ESR의 생화학적 차이

● CRP(C-Reactive Protein)의 본질

CRP는 급성 염증 반응에서 간세포가 합성하는 단백질이다.
IL-6, TNF-α, IL-1β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자극에 의해 수 시간 내 빠르게 상승한다.
혈중 농도 변화는 실제 염증 활동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직 손상·감염·외상에서 수치 상승 속도가 특히 빠르다.

CRP의 특징

  • 급성기 반응물질 중 가장 민감
  • 6~8시간부터 상승 시작
  • 24~48시간 내 정점
  • 염증 조절이 시작되면 빠르게 감소
  • 세균성 감염에 민감하게 상승

● ESR(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의 본질

ESR은 적혈구가 항응고된 혈액 내에서 침강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검사이다.
염증의 직접적 지표가 아니라 혈장 단백비의 변화(특히 피브리노겐 증가)로 인해 적혈구가 동전쌓기 형태(rouleaux)를 이루면서 침강 속도가 증가하는 원리다.

ESR은 CRP보다 반응 속도가 느리고, 염증 외에도 다양한 인자에 영향을 받는다(빈혈, 임신, 고령, 단백질 이상 등).

ESR의 특징

  • 느린 반응: 염증 발생 후 24~48시간 뒤 본격 상승
  • 회복기에도 수주 동안 유지될 수 있음
  • 비특이적 검사
  • 염증 외 다른 요인에 의해 흔히 변동됨

2) CRP와 ESR의 반응 속도 비교

지표상승 시작최고치 도달회복 시 감소 속도특이도
CRP 6~12시간 1~2일 며칠 내 급격히 감소 높음
ESR 24~48시간 3~7일 수주 이상 유지 낮음

● 핵심 요약

  • 급성 감염·염증 → CRP가 먼저 반응
  • 만성 염증·장기 염증 → ESR이 오래 유지

따라서 “수치의 방향성”으로 염증의 단계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3) CRP 상승 패턴의 임상적 의미

CRP는 실제 염증의 세기(intensity)에 가장 직접적으로 비례한다.

● ■ 세균 감염에서의 CRP

  • 세균 감염에서 CRP 수치는 10~200 mg/L까지 폭발적 상승
  • 폐렴, 요로 감염, 패혈증 등에서 진단과 치료 경과 monitoring에 사용
  • 바이러스 감염과 비교했을 때 CRP가 더 크게 상승하는 경향

● ■ 바이러스 감염에서의 CRP

  • 20 mg/L 이하의 미미한 상승
  • COVID-19 초기처럼 일부 바이러스에서는 중등도로 상승할 수 있으나, 대개 CRP는 세균 감염에 비해 낮다.

● ■ 조직 손상·외상·수술 후 상승

  • 수술 직후 CRP는 수십까지 상승
  • 회복이 진행되면 빠르게 감소 → 예후 판단 지표로 활용

● ■ 자가면역질환의 활동성 평가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에서 CRP는 활동도를 객관적으로 반영한다.


4) ESR 상승 패턴의 임상적 의미

ESR은 혈장 단백질의 변화가 중심이기 때문에 만성 염증이나 면역질환에서 유용하다.

● ■ 고령에서 자연스럽게 상승

나이가 많을수록 ESR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단독 해석은 위험하다.

● ■ 자가면역질환에서 높은 민감도

  • 다발동맥염(Polymyalgia rheumatica)
  • 측두동맥염(Giant cell arteritis)
    이 두 질환에서 ESR은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인다(50~100 mm/hr 이상).

● ■ 악성종양에서도 상승 가능

특히 림프종, 다발골수종 같은 혈액종양에서 ESR 상승이 동반된다.

● ■ 빈혈이 있을 때 false elevation

혈구량이 적으면 침강속도가 빨라져 ESR이 과대 평가된다.


5) CRP vs ESR: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검사가 더 유용한가

● 1) 급성 세균 감염 → CRP가 더 정확

  • 빠른 반응
  • 치료 후 감소 속도 빠름
  • 항생제 반응 평가에 필수

● 2) 만성 염증·자가면역질환 → ESR이 민감

  • ESR이 피브리노겐 증가를 반영
  • 장기적 염증 활동성 평가에 적합
  • 류마티스 관절염, 측두동맥염 등에서 핵심

● 3) CRP 정상 + ESR 상승

이 패턴은 ‘급성 염증은 없지만, 만성 염증 또는 비염증성 요인’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 빈혈
  • 임신
  • 고령
  • 단백질 증가(예: 면역글로불린 증가)

● 4) CRP 상승 + ESR 정상

급성, 국소 염증 가능성.
예:

  • 급성 맹장염 초기
  • 급성 감염 초기
  • 수술 직후

● 5) CRP·ESR 둘 다 높은 경우

중등도~중증 염증을 시사.
예:

  • 세균성 폐렴
  • 폐렴구균 패혈증
  • 염증성 장질환 flare
  • 조직 괴사

6) CRP·ESR을 함께 보는 임상 병리적 알고리즘

  1. CRP 먼저 확인 → 급성/세균 감염 여부 파악
  2. ESR 확인 → 염증의 지속 기간 또는 만성 여부 평가
  3. 둘 간의 차이값 패턴 분석
  4. CBC, fibrinogen, albumin, ferritin 등 결합 해석

특히 ESR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CRP와 결합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수다.


7) ESR에 영향을 주는 비염증성 요인(임상병리적 주의점)

ESR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Single value로 진단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 ESR을 상승시키는 요인

  • 고령
  • 빈혈
  • 임신
  • 흡연
  • 고지방 혈장
  • paraproteinemia(예: 다발골수종)
  • 고섬유소원(fibrinogen) 상태

● ESR을 감소시키는 요인

  • 적혈구 증가증
  • 겸상적혈구 빈혈
  • heart failure
  • 고혈당(dehydration에 의한 상대적 변화 가능)

● 검사 환경적 오류

  • 채혈 후 장시간 방치
  • 튜브 기울기
  • 적혈구 응집

8) CRP 해석 시 주의할 점

CRP 역시 염증 외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ESR보다 적지만 존재하는 영향 요인

  • 비만
  • 당뇨병의 저급 염증 상태
  • 흡연
  • 만성 신부전(일부 환자에서 CRP 경도 상승)

● 항염증제 복용 시 주의

NSAIDs나 스테로이드는 CRP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염증이 있어도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임상적 증상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


9) CRP와 ESR의 조합 해석 예시

● 사례 1: CRP 120 / ESR 60

→ 급성 세균감염 + 지속성 염증 가능
(폐렴, 패혈증 초기 등)

● 사례 2: CRP 2 / ESR 80

→ 급성 염증 없음 + 만성 염증 또는 비염증성 상태
(빈혈, 고령, 다발골수종 진단 고려)

● 사례 3: CRP 50 / ESR 10

→ 급성 염증 가능(수술 후, 맹장염 초기 등)

● 사례 4: CRP 0.5 / ESR 100

→ ESR false elevation 가능성 높음
→ CBC, 혈청 단백 전기영동(EPH) 추천


10) 결론: CRP vs ESR을 정확히 해석하는 법

CRP는 빠른 변화·높은 특이도·급성 상황 판단용,
ESR은 지속성 염증·만성염증 감별·자가면역 평가용이다.
둘 중 어떤 지표도 단독으로는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임상병리적 해석의 핵심은 반응 속도, 상승 정도, 비염증성 요인의 개입, 환자 상태를 종합하여 병적 의미를 분류하는 데 있다.

이 두 검사를 조합하면 급성 감염·만성 염증·자가면역·비염증성 단백질 변화까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 진단적 가치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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